[경기도 한의(韓醫) 미래의학을 꿈꾸다] 上. 전통의학에서 현대한의학으로 변모 진료과목 전문화… ‘진단·치료’ 질적 성장 이끈다 전 세계에 전통의학을 보유한 국가는 그리 많지 않다. 이 중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 육성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한의(韓醫)’와 중국의 ‘중의’가 대표적이다. 한의와 중의는 고대부터 서양의학과는 독자적인 길을 걸으며 교류, 발전해 왔다. 그러나 지금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한의계는 ‘의료기기 사용 여부’를 비롯해 다양한 갈등을 겪으며 위기상황이다. 반면, 중의계는 지난해 중국 최초 의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등 최대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중의는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서의(양의)와의 협진 시스템 구축 등을 토대로 전 세계에 동양의학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경기일보는 총 3회에 걸쳐 한의계가 직면한 한계 상황과 발전 가능성, 지원 육성 정책 등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한(恨)’의 역사에도 양적 팽창 이룬 한의(韓醫) 고대부터 현재까지의 ‘한의(韓醫)’의 역사는 그야말로 ‘한(恨)의 시간’이다. 민족 고유의 의학으로 인정받았으나 1876년 일본과 병자수호조약 체결 이후 서양의학이 유입, 주변부로 밀려났다. 일제강점기 서양의학 중심의 정책과 한의학 말살 정책에 1899년 한의학교육이 관제에서 폐기되는 등 폐지 수모마저 겪었다. 1945년 해방 이후 부흥 작업이 이뤄졌고, 국회에서 1951년 국민의료법에 한의사 제도를 포함키로 결정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지난 60여 년 동안 한의계는 기반다지기를 시작으로 양적, 질적 성장을 이뤘다.
일단 양적 성장이 눈에 띈다. 보건복지부, 한국한의약연구원, 한의학연감 등에 따르면 한의사 수는 지난 2001년 1만2천750명에서 2013년 2만1천355명으로 67.5%나 급증했다.
한의사 수에 비례해 한의원 수도 크게 증가했다. 한의사 배출이 본격화된 2000년대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전국의 한의원 수는 1977년 2천344개에서 2013년 1만2천816개 운영중인 것으로 기록됐다. 무려 83%나 늘어난 것이다. 한방병원도 1977년 1개에서 2013년 199개로 55% 증가했다.
특히 경기도는 경기도한의사회가 올 8월 집계한 등록 회원수로 본 도내 한의사 수가 총 3천501명으로, 서울특별시를 제외하면 전국에서 가장 많다. 도내 한의원은 2천834곳ㆍ한방병원은 45곳ㆍ국공립기관은 73곳ㆍ요양병원 등이 168곳이다.
이와 관련 박광은 경기도한의사회장은 “가장 넓은 지역에 서울을 제외하고는 많은 한의사가 포진해 있는 경기도는 우리나라 한의계의 성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역”이라면서 “더욱이 규모나 지리적 위치 등 다가오는 통일시대에 도한의사회와 회원 한의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도별 한의원 및 한방병원 수 (단위:명)
1977년부터 2013년까지 한의원은 3000명 미만에서 시작해 12000만명을 넘어섰지만 한방병원수는 여전히 0명에 가깝다
경기도 한의의료기관 현황 (2016년 8월 23일 기준) 경기도 한의사회 제공
한방병원 45, 한의원 2834, 국공립기관 73, 한의과대학 1, 기타(요양병원 등) 168
가장 많이 받는 한방치료법(단위:%) 출처 : 2011년 보건복지부
탕약 15.8, 한약제제 1.8, 침 48.0, 뜸 6.4, 부황 5.9, 추나 1.7, 물리요법 20.3, 기타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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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과대학, 한의계 질적 성장 견인 한의원하면 역사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진맥, 침, 한약재 등만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한의도 바뀌는 시대상과 각종 기술 진보 등에 따라 현대적으로 변모했다.
한의사를 배출하는 대학교의 수업 과목 및 내용(커리큘럼)이 이를 방증한다. 우리나라는 의료법상 한의사는 국내 한의과대학이나 한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후 국가고시인 한의사면허시험을 치를 수 있다. 2013년 기준 전국에는 6년제 한의과 대학 11개와 1개의 한의학전문대학원이 있다.
이 중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예로 들자면 한의 고유의 전공 과목을 비롯해 해부학, 해부학실습, 미생물학, 양방진단학, 방사선학, 진단검사의학, 응급의학 등의 수업을 개설 운영 중이다. 기존에 한의학의 취약점으로 여겨졌던 객관적 진단을 돕는 양의학적 지식을 전하는 과목들이다. 한의사 지망생들은 동의보감만 읽고 진맥과 침만 공부할 것이라는 대중의 편견과 달리 진단학, 영상 진단기기 활용(법), 검체 검사 및 해석, 한양방적 응급상황에 대한 시술 및 치료법 등을 배운다. 이 같은 커리큘럼은 한의사들이 ‘의료기기 사용 ’을 반대하는 양의계에 반박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경희대학교 정혁상 한의과대학 교수는 “모형부터 카다바(Cadaverㆍ실습용 시신) 실습까지, 뼈대와 혈관ㆍ신경까지 촘촘한 해부학 교실(커리큘럼)을 운영 중”이라면서 “양의 해부학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학뿐만 아니다. 많은 한의사들이 20여 년 전부터 의료 현장에서 난임, 어린이 질환, 다이어트, 피부 등 진료 과목의 전문화와 세분화를 적극 추진하며 질적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이들은 또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한 표준화 작업에 나서고 대중화를 위한 공공의료정책사업을 펼치는 등 다각도로 활동 중이다.
|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학생들이 카다바 실습 중이다. 한의사를 배출하는 대학교의 수업 역시 변화하는 시대상과 기술 진보를 반영, 양의학적 지식도 쌓을 수 있는 커리큘럼을 포함하고 있다. |
성장 제약 요인에서 탈피하기 위한 해법 필요 한의계가 양질의 성장세를 기록중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의에 대한 대중의 고정관념이나 양의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보험 및 지원정책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1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화로 설문조사한 결과, 질병 치료시 대부분 병의원(86.5)을 이용하고 6% 가량만 한방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한의원은 5%, 한방병원이 1% 였다. 당시 평생 한방진료를 받아본 경험이 없다는 응답자도 22.5%에 달했다. 또 한의원을 이용하는 목적은 요통(12.89%), 근육부상(9.08%), 관절염(8.96%) 순이었다. 가장 많이 받은 치료법은 침 치료(48.0%)였으며 물리요법(20.3%), 탕약 15.8%), 뜸(6.4%), 부황(5.9%) 등이 뒤를 이었다. 대중이 한의를 ‘노인 대상’ 혹은 ‘침과 탕약만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현실을 드러내고 양한방 불균형을 보여주는 통계다.
한의계 발목을 잡고 있는 제약 요인은 무엇일까. ‘기술혁신학회지’에 실린 <한의학산업의 혁신 저해요인>(著 구남평, 설성수)을 보면 ‘대부분의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없고 한의학적 기반의 허가받은 천연물 신약을 처방할 수 없고, 한의학 기반 약제 안전성 문제’ 등이다.
한의학과 서양의학이 이원화된 체계에서 의료법이나 한의약육성법 등 법률에서도 양ㆍ한방의료행위를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아 갈등을 빚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당장 오늘(27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의료기기 사용 여부’를 비롯한 각종 예민한 현안들도 그 예다.
구남평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전통의학 보유국가로서 우리 한의학의 우수성과 뛰어난 IT기술, BT기술을 효과적으로 융·혼합한다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면서 “한의학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와 표준화, 기술혁신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출처 : http://www.kyeonggi.com/?mod=news&act=articleView&idxno=12425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