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화는 세계화의 전제

 

충청투데이 14.06.12(목) 목요세평

 

‘得標準者得天下’(득표준자득천하, 표준을 만든 자가 천하를 얻는다)

이는 최근 중의학의 국제표준화 전략을 수립하는 중국의 국가 연구기관에서 작성한 논문의 결론이다. 표준화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인식과 표준을 통해 세계시장을 선점하고자 하는 그들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이래 ‘중서의병중(中西醫幷重, 중의와 서의를 똑같이 중시한다) 정책에 입각해 중의학(中醫學, 중국의 전통의학)의 발전을 도모해왔다.

중국은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최근 ‘중의침구’를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황제내경’과 ‘본초강목’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시켜 중의학 문화를 세계에 알림과 동시에 중의학 표준화를 통한 세계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2009년 ISO(국제표준화기구)에 전통의학 분야의 기술위원회(TC249)가 출범한 이래 관련국들의 국제 표준 선점을 둘러싼 치열한 ‘전쟁’이 시작됐다. 최근 이 분야에서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중국은 자국의 중의학 국가표준을 국제표준으로 만들기 위해 1980년대부터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준비해왔다.

이와 관련, 최근에는 ‘중의약 표준화 중장기 발전 규획 강요’(2011~2020년)를 통해 중·장기 발전 전략을 세웠으며 정부와 지자체, 관련 연구기관, 대학 및 산업체가 연합해 표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또 전 세계의 중의학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화교들과 연합해 친중국계 국제조직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세계중의약학회연합회(WFCMS)나 세계침구학회연합회(WFAS)는 각국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통의학 분야의 국제표준화 주도권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달 26~29일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제5차 ISO TC249 총회에서도 중국은 개최국인 일본이나 한국보다 두 배 이상 많은 대표단을 파견해 그들의 세를 과시함과 동시에 미주나 유럽, 동남아 국가의 대표로 참여한 화교들과 연계해 자국의 중의학 표준을 국제표준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줬다.

중국에 맞서 우리나라도 그동안 정부와 산학연이 나서 한의학 용어 및 정보를 비롯해 약재, 한약, 침구, 의료기기 등 분야에서 국제표준을 제정하고 선도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다.

이번의 ISO TC249 회의에서도 ‘한약재의 라벨링’, ‘홍삼의 산업제조공정 요구사항’, ‘피내침’, ‘침시술 안전관리’, ‘전침용 침 시험방법’, ‘설진기의 일반요구사항’ 등을 국제표준으로 제안해 소기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한의학의 국제 표준화를 통한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중국의 세 과시가 두드러졌던 이번 총회에서 대다수 한국측 참석자들은 우리의 열세를 절감했다. 이제 막 걸음마 단계에 접어든 한의학의 국제표준화에 대한 인식의 제고가 필요하고, 표준화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인프라 확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다.

특히 중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력·예산의 확보와 더불어 한의학 분야 국내 표준 관련 전문가의 질적·양적 수준 제고를 위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또 중·장기적인 전략과 목표를 수립하고, 다양한 표준화 아이템을 발굴해 이를 정교하게 체계화한 후 국내 표준을 확보, 국제표준으로 제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표준화는 현대사회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표준화는 미래 산업으로서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우리 한의학이 세계시장에서 환영받기 위한 전제라고 할 수 있다. 무한경쟁의 시대, 한의학이 세계무대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와 한의계가 함께 표준화에 대해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참여해야 한다.

 

출처 : http://www.c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39525